지난주에는 제자들과 함께 휴전선 비무장 지대(DMZ)를 걸으며 남북평화를 위하여 기도하였습니다. 지뢰밭을 아랑곳 않고 너울대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국군장병들이 땀 흘리며 보초서는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의 평화를 구하였습니다. 군부대에서 연습하는 포격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사격소리는 저 높고 넓은 푸른 하늘에 부딪혀 자연을 깨우는 휘파람 소리가 되어 우리의 귀를 감싸고돌았습니다.

 

DMZ에서의 평화 . . .

 

평화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전쟁과 폭력이 중지한 그 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지난 60여 년간 인간의 발이 닿지 않은 그곳에 자연은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를 치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은 저마다 자연의 품안에서 평화롭게 피고 있었으며 하늘을 나는 새들은 인간이 갈라놓은 땅을 아랑곳 하지 않고 남북의 하늘을 오고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휴전선 순례를 통하여 경험한 생명의 기운은 때론 엄숙하고 때론 역동적이고 그리고 숭고하였습니다.

 

백마고지엔 전투에서 장엄하게 전사한 장병들의 이름들이 적힌 비가 있었습니다. 중공군 14000여명과 국군 4000여명의 피가 흐른 백마고지. 고지의 주인만 20여 차례 바뀌고 얼마나 포탄이 비 오듯 떨어져서 터졌는지 갈기갈기 쪼개진 등선은 무릎까지 빠질 정도였다고 합니다. 전쟁은 미화 될 수 없지만 이러한 전투 없이 과연 우리의 현재 신앙생활이 가능할까요? 국가와 민족이 없는 신앙이 과연 가능할까요? 지금 현재의 평화를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가 누리는 이 신앙의 자유는 한 순간에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기에 백마고지 위에서 우리는 전쟁과 평화, 그리고 희생당한 우리 국군장병들의 생명을 생각하면서 엄숙하여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과거 궁예가 도읍을 정하였던 철원평야에는 곡식이 무르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연약해 보이는 벼는 자라면서 마디마디 강한 줄기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가장 더운 여름에 생긴다고 합니다. 특히 초복, 중복, 말복의 작열하는 태양빛을 견디며 벼는 자라는데 그 고난을 이긴 벼는 결국 가을의 풍성한 결실을 맛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생명은 고난을 통하여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고통과 고난이 없이 열매가 없듯이 신앙생활에도 육체의 경건한 훈련과 어려움을 끝까지 견디는 인내는 우리에게 영적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지치고 힘들과 목표가 멀어보여도 주님만 의지하고 나아가면 반드시 큰 상급을 주실 줄 믿습니다,

 

휴전선 순례 중 하루는 대한 수도원을 방문하였습니다. 한탄강 줄기 굽이치는 곳 아름답게 자리한 대한 수도원은 많은 이들에게 영적인 모태이기도 합니다.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절경도 아름다웠지만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침 수도원에서 봉사하는 한 제자의 설명을 듣고 소나무들의 내력에 대하여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유독 수도원 주변에만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많았는데 전쟁과 전쟁이후 개발로 잘려나가는 시련을 피하게 된 이유는 기도하시던 분들이 소나무들이 베어져 나가는 위기 때마다 소나무들을 붙들고 몸으로 저항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수도원의 한 그루 한 그루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 기도꾼들의 고집과 믿음이 지금의 아름다운 대한 수도원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던 것입니다.

 

백마고지에서, 벼 잎사귀에서, 그리고 대한 수도원의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생명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였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없기를 . . . 옥토에 뿌려진 곡식이 되기를 , , , 그리고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기를 기도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