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집에서 키우는 화초 중에 ‘여인초’라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잎의 모양이 부채 같아서 ‘부채파초’라고도 불리고 여행자가 목이 마를 때 줄기에 빨대로 구멍을 내어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서 여행자를 위한 파초라고 하여 ‘여인초(旅人蕉)’라고도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화초가 여인의 자태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가 생각하였습니다.
새 싹이 나오기 위하여 수 주간 배꼼이 잎을 둘둘 말아서 자태를 부끄러운 듯이 조금씩 보이면서 길게 자라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그 둘둘 말은 잎을 넓게 펼쳐 보입니다. 마치 긴 소매자락을 하늘을 향하여 펼치면서 춤을 추는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나 할까요?
몇 달에 한 가닥씩 자태를 뽐내며 올라오는 새 순들에 밀려 오래된 잎들이 갈라지면서 시들하여 졌습니다. 어느 날 저는 색깔이며 모습도 생기를 잃어가는 그 이파리들이 뭔가 새 순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어서 오래된 이파리를 싹둑 잘라버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여인초를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잘린 이파리에 이어서 다 자란 새 순도 허리가 꺾여서 중심을 가누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튼튼하고 멋있는 이파리를 넓게 펼칠 것으로 생각하였던 저의 기대와 달리 이미 꺽인 가지는 다시 설 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펴보지도 못하고 꺾인 새순을 보면서 ‘인생’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역할에 대하여서도 생각하여 보았습니다. 젊음이란 소중하지만 노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생은 청춘만도 노년만도 아닌 이 둘이 조화가 될 때 삶의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혼자 설 수 없습니다. 영원한 청춘도 없고 영원한 노년도 없습니다. 노인 속에 청춘이 있고 청춘 속에서 노인의 지혜를 기대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가족이며 공동체를 이루어나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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