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성문입니다.

후끈후끈한 텍사스 땅을 밟은지 벌써 반년 정도가 지나고 벌써 두번째 학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외국학생들도 소수라서 똘똘 뭉칠 것 같았지만 결국 공부할 땐 스스로 하는 분위기여서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래에 안수과정에 관해 정리를 잘 해주셔서, 저는 학교 공부에 관해 써 보겠습니다. 다른 학교에 비교해서 수업이 쉬운지 어려운지, 책 읽는 양이 많은지 적은지, 학교 수업이 어떤지도 모르기에 스스로가 한 학기간 느낀 바를 적어볼까 합니다.


1. 학교가 생각하는 배려 vs 외국학생이 생각하는 배려

대게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신분은 '해외 유학생'입니다. 진학할 학교가 결정된 이후에는 학교 측에서는 외국학생이 잘 '정착'하게 하도록 많은 관심과 도움을 줍니다. 수업 중에도 교수님이나 학생들이 해외에서 온 학생들을 위해 수업 중에 신경을 더 써주고, 미국 문화를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한번 더 설명을 해주기도 합니다. 특히 2013년 가을학기에 SMU에 신학석사로 입학한 외국학생이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관심의 정도는 더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부하는 '학생'으로서의 배려는 이와 별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수를 주는 면에서도 '해외학생을 위한 배려'가 늘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수업 첫 시간부터 '문법적인 오류가 있거나 글이 이상한 경우에는 점수를 줄 수 없다'고 못을 박는 교수님들도 계시고, 이 사항은 모든 학생에게 예외없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역시 모를 땐, 주변에 직접 물어보는 것이 최고입니다. 특히 해외학생이 극소수인 SMU에서는 해외학생들이 겪을 문제에 대해 미리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스스로가 필요한 것을 표현하지 않으면 도움을 얻기 힘듭니다. '알아서 어느 정도 배려해주겠지' 보다 배려를 받을 수 있게 필요를 적절히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2. 한국에서의 수업 vs. 외국에서의 수업

'한국에서도 신학을 공부한 것 때문에 공부가 그래도 수월하지 않느냐?' 는 질문을 종종 듣습니다. 어떤 면에선 도움이 되지만, 다시 새롭게 배운다는 느낌이 더 지배적입니다. 수업에 있어서는 더 많이 읽히고, 쓰게 하고, 말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학문의 깊이는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번학기엔 은퇴하지 않은 분들 중에 유명하고 까다롭다는 교수님 수업이 2개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Christian Doctrine (Dr. Bruce Marshall, 석,박사 통합 조직신학 수업)이고, 다른 하나는 Moral Theology (Dr. Charles Curran, 기독교 윤리 개론)입니다. 첫번째 수업은 하나님(주로 삼위일체를 다루고 있습니다)에 대한 이해를 정교회(Sergei Bulgakov), 카톨릭 (Hans Urs von Balthasar), 개신교 (Karl Barth)의 입장들을 다룹니다. 두번째 수업은 그야말로 기독교 윤리 개론 수업이구요. 첫번째 수업에서는 보통 1주일에 150페이지 정도를 읽게 하고, 두번째 수업은 따로 정해진 교재없이 교수님의 강의로 이루어집니다. 윤리 수업의 경우, 학기 중 절반은 그동안 SMU에서 가르치셨던 윤리 교수님들의 개론서 혹은 대표 저서를 매주 1권씩 읽고 그룹 토론을 1시간씩 하고, 나머지 절반동안은 case study를 하는 시스템입니다.

대충 보아도 책을 읽는 양이 상당합니다. 이런 책을 외국 학생의 입장에서 읽을 때, 배경지식이 도움이 되는 순간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각 사상을 정리한 책을 읽었었지, 그 학자의 책을 바로 읽어본 경험은 거의 없기 때문에 훨씬 다루는 범위가 넓고 깊이가 깊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 그 학자가 말하려는 핵심은 알고 있지만, 핵심을 말하기까지 저자가 어떤 '과정'으로 논리를 전개하는지를 눈여겨 다뤄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여전히 "문제-정답" 형식의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함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페이퍼를 쓰는 경우, 자신이 한 사안에 대해 논리적으로 전개했던 다른 학자들의 방법을 접한 경험이 적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저의 경우입니다. 한국에 있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의 논리 전개(argument)를 따라가보고, 자신이 그 사람의 입장을 찬성/반대/보완 등의 위치에 서서 스스로의 논리를 전개하는 연습은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 1년여 동안 작은대학에서 고전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그 사람의 의견을 100% 이해하는 것보다 어떤 논리로 자신의 생각을 펴려는지를 책을 읽으면서 따라가보려 했던 점. 그것을 바탕으로 내 기준에서 이해하고 내 말을 짧게라도 풀어 써 본 점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Lecture/ Seminar/ Direct Readings

보통 수업은 크게 Lecture (강의)와 Seminar (세미나) 수업으로 이루어집니다. Lecture는 교수님의 설명을 주로하는 수업이고, Seminar는 교수님의 설명보다 학생들의 토론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입니다. M.Div 과정은 필수학점이 많기 때문에 주로 Lecture를 듣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저와 같이 MTS나 MA(일반 석사)를 듣는 경우에는 Seminar를 접할 기회가 M.Div 학생보다 많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Direct Tutoring (용어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은 무엇인가? 이것은 교수님 한분 (혹은 두세분)과 학생 소수가 따로 모여서 공부하는 형식입니다. 저도 최근에 윤리수업 TA로 있는 박사과정생에게 들은 것이라 잘은 모르지만 주로 박사과정에서 이런 모임이 있는 것 같고, 석사 생중에도 아주 간혹 관심을 표명한 사람이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수업의 종류를 구분한 것은 '학생 참여도'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물론 읽고 쓰는 능력이 가장 바탕이 되고, 공부하면서 가장 자주, 중요하게 요구하는 능력입니다. 수업 참여도가 학점에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점을 떠나서 Seminar와 Direct Tutoring의 경우엔 말하지 않으면 수업을 듣는 것도 매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번학기 처음으로 Seminar 수업들을 듣게되서 쉽진 않지만, 저의 방법은 '손 들고 기다리기' 입니다. 간혹 말할 차례가 생겼는데 앞에서 이미 생각했던 바를 먼저 말한 학생이 있다면, '앞에서 내가 생각한 걸 이미 이야기했다. 그 부분에 동의한다' 하면서 몇 마디만 더 붙이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 

제가 말하는 연습을 하는 방법은 먼저 글로 써보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번뜩 말할 때 문법이 막 일그러짐을 여실히 느낌에도 그냥 던집니다. 한국어를 외국어로 쓰는 사람이 이야기할 때, 어버버 거리고 말해도 무슨 말인지 알아 듣는 것처럼 영어도 비슷합니다. 유학을 준비할 때 말하는 연습, 쓰기로 해보시는건 어떤가요?


이번 주에 Perkins 학생 토론 (학부생들을 신학 공부로 연결해주는 방안)에 학생 대표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부총장님이 왜 저를 지목하셨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만..ㅎ) 열심히 '말하기'를 해야하는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의의로 두고 가렵니다.


-이미 봄이 온지 1달이 넘은 SMU에서

이성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