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주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저는 현재 이스라엘에서 구약 성서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경식 목사라고 합니다. 유경동 교수님 홈피 관리도 맡고 있습니다. ㅋ


현재 히브리대 석사 과정에서 마지막 페이퍼를 쓰고 있고, 다음 학기 부터는 발일란 대학교에서 박사과정 진학 예정에 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고, 또 유학 과정 가운데 박사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나마 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게시판을 보니, 저보다 훨씬 뛰어나신 후배분들도 많이 계시네요. ^^;; 저는 그냥 말 그대로 몇년 더 유학생활을 한 사람으로 글을 올립니당.


일단 먼저 염두해 두셔야 할 것은 박사과정 진학의 "행정적 절차"는 나라마다, 학교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국 박사과정은 토플, GRE 등의 점수가 필수인 곳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영국에는 IELTS라는 영어 시험 점수를 요구하구요. 당연히 이스라엘 학교들에서는 이런 것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이런 시험들에서 점수를 잘 맞기 위한 팁은 유학사이트나 영미권에서 박사과정에 진학한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는 박사과정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가에 대한 '개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느낀 것은 다양한 측면들 가운데 일면에 불과할 수 있다라는 것을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먼저, 이스라엘에서 박사과정 진학하는 과정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문자 그대로는 정말 간단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학제 자체는 기본적으로 '유럽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유럽식'이라고 하는 것은 코스웤에 중심을 두기 보다는 학위 논문 자체에 많은 비중을 두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미국처럼 2-3년간 굉장히 빡빡하게 진행하는 코스웤은 없고 철저하게 논문 중심으로 과정이 진행됩니다. 미국 보다 쉬울 것 같으면서도 성서학의 경우 미국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고, 또 졸업하시는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미국이나 독일의 유수한 성서학 출판사에서 논문을 출판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만큼 학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논문을 지도 교수님들이 주문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교수와의 만남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박사과정을 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서 학사나 석사 과정을 반드시 마쳐야 합니다. 이스라엘 내에서의 학풍과 언어를 이해해야 박사과정에 받아준다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학위 과정에 들어가는 과정도 굉장히 Flexible하기 때문에 따로 정해진 전형 일정은 없습니다. 말 그대로 1년 내내 수시입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성적표나 서류를 학교에 제출하는 것은 요식행위와 같은 것으로 그 전에 지도교수가 될 분과 그리고 해당 학과의 학과장님과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러면 어떤 분을 나의 지도교수로 정해야 할까요? 이 부분은 공부하는 나라에 상관없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어쩌면 석사과정까지는 '어느 학교'로 가느냐가 중요할 수 있다면, 박사과정은 '누구와 무엇을 공부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박사과정은 학교의 타이틀 자체 보다도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나 방법론을 지지해주고, 지도해 줄 수 있는 분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맞지 않으면, 설사 박사과정에 진학한다 할지라도 박사과정 도중에 하차할 수도 있을 만큼 매우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히브리대에서는 성서에 대해 통시적(diachronic)인 방법론을 주로 공부했습니다. 이것은 감신에서부터 쭉 해왔던 방법론이죠.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이 방법론에 대해 개인적인 한계를 느끼면서 공시적(synchronic)인 방법론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성서에 대해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신선하게 느껴졌고, 나중에 목회의 현장에서도 더욱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순수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 


그러나 이 방법론으로 지도해 주실 분은 히브리대에는 없고, 발일란 대학교에 이 분야에 대해 좋은 교수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래서 이 학교로 진학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학과장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냈고,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미팅은 비공식적인 미팅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별히 가져갈 건 없는데 그래도 저의 배경을 알려드리기 위해 한국과 이스라엘에서의 성적표를 가져갔습니다. 언어는 히브리어를 확인하는데, 히브리대에서 하는 현대 히브리어 과정을 다 이수했기 때문에 큰 장애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관심 분야라던지 해왔던 공부, 그리고 어떤 교수님과 함께 공부했는지 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학과장 교수님께서 몇 분의 교수님 리스트를 주시면서 컨택을 해 보라는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교수님 리스트를 검토하고, 그 분들이 쓴 책이나 아티클 등을 뒤지면서 누가 가장 적절할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성향이 맞겠다고 생각한 교수님에게 저의 성적표와 제가 지향하는 주제와 방법론으로 작성한 페이퍼 등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교수님이 보자는 메일이 왔고, 또 유사한 방식으로 비공식적인 인터뷰를 하고, 잘 해보자라는 대답과 함께 실제적으로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나라마다 입학 과정 자체는 많이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박사과정을 지원할 때 중요한 점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로 석사 과정을 할 때 항상 박사과정을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뼈저리게 느낀 것은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가고, 내 자신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다음단계로 넘어가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입니다. 석사 마치면 박사 가겠지 처럼 위험한 생각은 없습니다. 내가 공부하고 싶은 방향을 대략적으로나마 판단하고 지도 교수님 리스트를 나름대로 정하고 그 분들의 방법론과 분야를 미리 공부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일단 박사과정은 교수님과 나의 일대 일 관계이기 때문에 미래의 지도교수님과 컨택하고 메일로나마 자신을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완벽하게 준비된 후에 컨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완벽이라는 것은 사실 불가능합니다. 프로포절을 쓰고 나서도, 논문주제를 바꾸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교수님들은 내가 여태까지 얼마나 성실하게 해 왔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자신이 공부했던 분야를 잘 홍보하고, 앞으로도 잘 할 수 있다라는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로, 이것은 성실성과 매우 긴밀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 학점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교수님들에게 있어서 학생의 능력과 성실도를 판단하는 것은 사실 학점입니다. 현재 유학하고 있는 분들께서는 최대한 학점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현재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번째로, 자신만의 강점을 살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서학의 경우 다양한 언어를 공부해 놓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 있습니다. 히브리어 외에도 아카드어, 그리스어, 아람어 등 다양한 언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매우 좋은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장황하게 적었는데요, 중요한 것은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석사에서 박사로 넘어가는 과정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시간적인 압박도 느끼게 됩니다. 왜냐하면 외국에서는 비자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스라엘에 온 지 3년이 되었지만, 하면 할 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단계 한 단계 차곡차곡 밟아 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공부하고 계시던지, 외국에서 공부하고 계시던지, 지금 하고 계시는 공부에 최선을 다한다면 차곡차곡 쌓여서 좋은 결실을 맺게 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더 궁금한 점이 있는 분들은 저에게 메일로 문의해 주시면 아는 한도 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다른 전공은 잘 모르고요, 성서학(구약)에 관심있는 분들께는 미국이나 유럽권에서 공부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 그럼 화이팅 하시고, 열공하시기 바랍니다... 



김경식 드림. (kungsik@hotmail.com)



p.s. 현재 이스라엘의 사정은 매우 어려운데요, 전쟁이 전 국토로 확전이 되지 않아야 공부를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틴의 평화를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