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 총회의 주제와 의의: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이하 WCC) 10차 총회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라는 주제로 올해 10월 부산에서 개최된다. 100여 년 전에 태동한 에큐메니컬운동은 사람이 사는 온 세상 안에서(oikoumene)’ 세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신앙일치 운동이었다.

지금까지 개최된 WCC 각 총회의 주제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중심으로 교회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신학과 신앙이 잘 조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일치를 통하여 교회의 화합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에큐메니컬 진영과 이를 반대하는 진영 사이에서 성서해석의 차이와 다원주의의 수용, 종교 간의 대화문제, 그리고 선교신학의 관점 차이로 많은 논쟁이 있어왔다. 한국의 경우에도 이와 같은 에큐메니컬 운동에 대하여 그동안 보수파와 진보파로 나뉘어져 있으며 사안과 교단의 성격에 따라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한국 교회는 부산 에큐메니컬 대회를 준비하면서 교회가 직면한 이중적 사명을 새롭게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교회와 사회 안팎의 요청에 대한 기독교 갱신의 문제이며, 또 다른 하나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독교의 생명력, 즉 사회적 성화에 관한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시대에 진정한 갱신과 성화가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를 통하여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번 부산 WCC 총회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가 주제이지만 세부 내용에 들어가면 총 6개의 부제를 다루게 되어 있다. 그것은 각각 교회의 일치’, ‘증인으로의 부르심’,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하나님의 정의를 위하여 일하기’,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기’, 그리고 제자도를 위한 변화의 영성이다.

이중에서 이번 주제로 부각된 하나님의 정의평화에 관한 WCC의 입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하나님의 정의에 대하여 WCC는 성경적 비전과 위임, 인간의 빈곤과 생태적 파괴를 초래하는 불균형한 부의 축적에 대한 경고, 그리고 이러한 부정의를 극복할 수 있는 영성을 강조하고 있다. WCC는 생명의 하나님을 통한 새로운 영적운동은 철저하게 성경의 권위에 기초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서의 권위는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를 생생하게 경험한 거듭난 공동체의 사건을 통하여서 구성된다. 초대교회 공동체를 통하여 계승된 성경의 권위란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고난을 당한 제자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이후 그의 말씀을 기억하고 그 말씀대로 살아감으로써 그 분의 말씀이 살아있는 권위가 되었다. , 성경의 권위는 성서를 통한 해석이 아니라 예수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사건을 통한 생생한 삶의 사건이 없이는 해석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성경에 근거한 기독교의 갱신은 인간의 다양한 정황을 고려하여 추상적으로 접근하여 이상적인 도덕을 그리는 그런 차원에서의 도덕이 아니라, 우리 앞에 서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죽음을 돌파하는 제자도를 통하여 성경의 진정한 권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WCC가 강조하는 하나님의 정의에 관한 성경적 비전과 위임은 주로 구약성경의 말씀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그들이 가장 작은 자로부터 큰 자까지 다 탐욕을 부리며 선지자로부터 제사장까지 다 거짓을 행함이라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예레미야 6:13-14)”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

내가 붙드는 나의 종, 내 마음에 기뻐하는 자 곧 내가 택한 사람을 보라 내가 나의 영을 그에게 주었은즉 그가 이방에 정의를 베풀리라.(이사야 42:1)”

이와 같은 하나님의 말씀은 이 세상의 만연한 부정의에 대하여 선포되어져야 하는 것이며 이 사명을 교회가 위임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명은 단지 세상의 부정의로 신음하는 이웃에 대한 동정이나 또는 고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이 시대 경제와 환경의 부정의에 대한 현실적인 자각을 요청한다. 이런 맥락에서 WCC는 이번 총회에 모이는 세계의 교회로 하여금 자신들이 속하여 있는 나라가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에 대하여 잠잠하지 말고 자신들이 겪는 고통을 소리 높여 알릴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계에 대한 신앙공동체의 사명이며 또한 이러한 문제들을 제도의 변혁과 정의로운 정치를 통하여 변화시키고 해결하기 위한 연대를 요청하는 것이다.

교회의 연대는 가난의 문제를 부의 문제와 직결하여 비판할 수 있는 신앙의 통찰력과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서는 가난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면서 특히 무한한 소유를 조장하는 부의 문제를 직시하여야 한다. 부의 탐욕은 결국 땅과 공기, 그리고 물의 파괴에 이르게 되므로 경제와 환경의 정의문제가 요청된다. 이 세상의 부정의는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창조세계관과 전면 배치되기 때문에 인간의 탐욕을 극복할 수 있는 영적문제로 나아가야 되는 것이다.

탐욕의 노예가 되어 미래의 두려움에 살아가는 이 시대에 대한 해답은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능력과 약속하신 성령의 임재를 믿는 것이다. 이 영적 능력이 인간을 궁극적으로 자유하게 하며 우리의 눈을 열어 추구할 것을 보게 하시며 귀를 열어 들을 것을 듣게 하시는 것이다.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만이 우리가 추구하여야 할 영적양식이며 상한 인간의 마음과 파괴되어져 가는 이 세계를 살리는 것이다.

따라서 WCC 부산총회에서 세계의 정의를 신장하기 위하여 우리는 열려있는 복음주의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기독교의 본질인 성육신의 사건인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진리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세계 교회가 연대하여 하나님의 정의를 이루는 공동체로 발전하여 나아가야 할 것이다.

둘째, WCC가 주제로 삼은 평화의 하나님기도가 출발점이 된다. 기도는 세계 전쟁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그 모든 전권을 하나님께 구하는 것이다. 특히 WCC는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의 요청에서 중동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를 요청하며 이를 위하여 세계 교회의 연대를 바라고 있다.

평화를 요청하는 성경의 말씀으로 WCC가 인용한 말씀은 아래와 같다.

그들이 내 백성의 상처를 가볍게 여기면서 말하기를 평강하다 평강하다 하나 평강이 없도다.(예례미야 6:14)”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 5:44)”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에베소서 2:14)”

위의 성경의 말씀을 중심으로 세계평화로 나아가는 첫 걸음은 하나님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하여 형성된다. 평화는 세상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다. 따라서 평화를 온전히 알고 구하기 위하여 기도는 하나님이 평화로 지으신 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기도를 통한 하나님과의 온전한 교제를 통하여 우리는 세상에 왜 평화가 필요한지 더 인식하고 신앙의 주제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생명의 하나님은 세상을 방치하시지 않으시며 오히려 치료하시고 화해시키시며 구원하신다(요한복음 3:17). 예수 그리스도는 이 평화가 없는 세상에 오셔서 당신을 화목제물로 주셨다.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하나님이 이 세상에 참여하신 이유를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다.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이 세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할 수 있으며 저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삶을 책임지는 영성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기도는 명상이 아니라 저항의 방식이 되며 생명의 근원이 되신 하나님의 진리를 보다 분명하게 깨닫는 평화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으로부터 이웃을 향한 관심을 가지게 되며 이웃들의 고난과 소망은 우리 자신의 것과 동일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평화가 없음으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들을 우리의 기도로 품고 저들의 문제를 함께 아파하며 그리고 치유하기 위하여 함께 연대하는 것이다.

WCC는 세계 평화를 위하여 특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위한 기도를 요청하였다. 성경의 아브라함과 사라 그리고 하갈 사이의 가정문제가 결국 이슬람과 유대교의 문제의 근원이 된 것을 상기시키면서 예언자적인 신앙만이 이러한 분쟁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평화를 통하여 해묵은 종교 분쟁과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서 2009년 점점 소수가 되어가는 팔레스틴계 기독교인들은 팔레스틴 사람들이 겪는 깊은 고통으로부터 이끌어 내 믿음과 소망, 그리고 사랑의 말씀을 선포한 적이 있다. 감옥과 같은 분리장벽을 통하여 경험하는 정치적 갈등과 소외, 그리고 이산의 고통을 넘어 거룩한 하나님의 도성인 예루살렘에 차별과 갈등이 아닌 평화가 넘쳐나기를 저들은 육성으로 세계교회에 고백한 것이다.

WCC는 이러한 중동의 문제를 예로 들면서 세계 교회로 하여금 기도에 동참하여 비폭력저항의 형태로 평화의 기도에 동참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평화에 참여하는 방식은 정의로운 평화여야 한다. 이는 성경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급진적 평화(radical peace)’를 지향하는 것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사마리아 여인, 유대인, 로마 군인, 가난한 팔레스타인 농부에 관한 이야기는 그 배후에 사람들 사이의 깊은 적대감이 깔려있지만 예수님은 평화의 급진적 방식으로 용서할 것을 선포하셨다.

현 세계에서 이런 급진적 평화를 정착하기 위하여서는 개인적인 노력을 넘어서 평화로운 제도와 조직, , 그리고 예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하여 WCC는 민주주의와 인권,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 간의 연대가 필요하며 평화와 정의를 사랑하는 일꾼들을 만들어내야 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이번 WCC의 주제에 드러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는 철저하게 말씀과 기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을 높게 사고 싶다. 또한 세계 교회의 협력을 통한 이 세상의 부정의와 불평등에 대하여 침묵하지 말고 연대하자는 호소에 우리 한국교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평화의 하나님부제에서 다루는 세계 내 전쟁과 폭력에 관한 현실적인 문제에 있어서 한반도 평화에 대하여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동의 평화도 시급하지만 최근 북한 핵 문제와 같은 사안으로 불안한 현실을 고려하여 이번 총회에서 최소한 한반도 평화에 세계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세계 내 부정의에 대한 저항의 방식으로서의 기도말씀의 선포는 우리 시대에 교회가 꼭 필요한 신앙의 유산이며 우리가 힘 써야 할 급진적 변혁의 요소임에 틀림없다. 교회의 갱신과 사회적 성화가 요청되는 이 시대에 다신 한 번 말씀과 기도로 연대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WCC 부산 총회가 한국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기독교세계 2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