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헌법에 나타나는 생명개념과 종교적 생명개념은 과연 상호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헌재의 판례에 나타나는 생명개념의 현 주소는 사형제도와 생명윤리 안전에 관한 결정에서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데 필자는 생명윤리 안전에 관한 법의 해석을 통하여 종교적 생명개념과 상호 연관시켜 보도록 하겠다.

 

필자는 생명윤리에 관한 헌재의 판결요지 전문 내용 중 결정요지를 중심으로 법의 생명개념을 검토하고 이와 연관된 종교적 개념들을 소개함으로서 상호 가치개념이 어떻게 비교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생명권에 대한 헌재의 판시 및 결정요지

 

생명윤리와 연관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등에 관한 위헌확인배아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판시인데 이를 통하여 헌법의 생명개념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요지는 다음과 같다.

 

판시사항

. 초기배아의 기본권 주체성 여부(소극)

. 배아연구와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청구인의 헌법소원 심판청구에 대해 기본권 침해가능성 또는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 배아생성자가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해 갖는 기본권과 그 제한의 필요성

. 잔여배아를 5년간 보존하고 이후 폐기하도록 한 생명윤리법 제16조 제1, 2항이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 출생 전 형성 중의 생명에 대해서 헌법적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일정한 경우 그 기본권 주체성이 긍정된다고 하더라도, 어느 시점부터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지, 또 어떤 기본권에 대해 기본권 주체성이 인정되는지는 생명의 근원에 대한 생물학적 인식을 비롯한 자연과학·기술 발전의 성과와 그에 터 잡은 헌법의 해석으로부터 도출되는 규범적 요청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초기배아는 수정이 된 배아라는 점에서 형성중인 생명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볼 여지가 있기는 하나 아직 모체에 착상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현재의 자연과학적 인식 수준에서 독립된 인간과 배아 간의 개체적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봄이 일반적이라는 점, 배아의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모태 속에서 수용될 때 비로소 독립적인 인간으로의 성장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수정 후 착상 전의 배아가 인간으로 인식된다거나 그와 같이 취급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회적 승인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본권 주체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법학자, 윤리학자, 철학자, 의사 등의 직업인으로 이루어진 청구인들의 청구는 청구인들이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적·간접적 불이익에 불과한것이고, 청구인들에 대한 기본권침해의 가능성및 자기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 배아생성자는 배아에 대해 자신의 유전자정보가 담긴 신체의 일부를 제공하고, 또 배아가 모체에 성공적으로 착상하여 인간으로 출생할 경우 생물학적 부모로서의 지위를 갖게 되므로, 배아의 관리 또는 처분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다. 이러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결정권은 헌법상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아니하지만,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의 한 유형으로서의 헌법상 권리라 할 것이다. 다만, 배아의 경우 형성 중에 있는 생명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해 국가에 의한 적극적인보호가 요구된다는 점, 배아의 관리·처분에는 공공복리 및 사회 윤리적 차원의 평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 그 제한의 필요성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배아생성자의 배아에 대한 자기결정권은 자기결정이라는 인격권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배아의 법적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에 명백히 배치될 경우에는 그 제한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기본권이라 할 수 있다.

.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배아에 대한 5년의 보존기간 및 보존기관 경과 후 폐기의무를 규정한 것은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방법의 적절성이 인정되며, 입법목적을 실현하면서 기본권을 덜 침해하는 수단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할수 없는 점, 5년 동안의 보존기간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아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기에 명백히 불합리한 기간이라고 볼 수 없는점, 배아 수의 지나친 증가와 그로 인한 사회적비용의 증가 및 부적절한 연구목적의 이용가능성을 방지하여야 할 공익적 필요성의 정도가 배아생성자의 자기결정권이 제한됨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피해의 최소성에 반하거나 법익의 균형성을 잃었다고 보기 어렵다.

 

2. 헌재가 참고한 청구인들의 주장

 

헌재가 밝힌 청구인들의 주장요지는 총 8개 사항이 되는데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인간배아는 새로운 존재와 인격의 근원으로서 그 존엄과 가치를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체이다. 배아, 태아, 출생한 인간은 생명의 연속선상에 있는 동일한 생명체이며, 고유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따라서 인간의 배아가 착상 전의 배아이든, ‘인공수정 후 체외에 보관 중인 배아이든, ‘인간의 체세포핵이식에 의한 체세포복제배아이든, 배아를 태아 또는 출생한 인간과 달리 취급할 이유나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연약한 생명체로서의 배아를 더욱 강한 법적 보호에 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 학문의 자유도 내재적 한계와 외부적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배아연구의 경우 연구자가 생명체를 대상으로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에 대한 침해를 감행하게 되고, 이러한 연구는 연구의 대상이나 방법의 당위성이 인정될 수 없으므로 학문연구 자유의 내재적 한계에 해당한다. 따라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외부적 제한 사유에 해당하고, 이를 허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생명윤리법 제1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임신 외의 목적으로 배아를 생성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함으로써 임신목적의 배아 생성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국가 또는 입법자는 배아생성시 임신목적의 과배란 시술 및 정자난자 제공 과정에서 정자난자제공자의 신체 완전성이 손상되거나 배아제공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생성 배아의 수효를 제한하고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방법 등을 규정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이를 게을리 하여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평등권 등이 침해되고 있다.

(4) 생명의 시작은 수정시(체세포핵이식의 경우는 핵이식시)부터이므로, 인간 배아는 이미 헌법이 보호하는 인간으로서 생명권의 주체이며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잔여배아의 보존기간을 한정하고 그 기간의 경과 후 폐기를 규정한 생명윤리법 제16조 제1, 2항 및 잔여배아를 연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은 청구인 1, 2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생명권,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장과정을 수정-배아-태아-출생 단계로 구분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이와 같은 자의적 차별을 하여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게 한 결과 청구인 1, 2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5) 위 법률조항들은 또한 정자와 난자를 제공하여 청구인 1, 2를 생성하게 한 배아생성자인 청구인 3, 4인간배아는 임신 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거나 파괴될 수 없다.’는 가치관과 인격을 형성하는 것을 방해하고, 청구인 3, 4가 자신들이 생성한 배아의 생명침해에 대한 불안감을 갖도록 만들어 청구인 3, 4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나아가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이 잔여배아를 연구 등으로 이용할 경우 정자난자 제공자로부터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공수정배아생성에 관한 동의시 위 동의 여부도 함께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인공수정배아 생성을 원하는 청구인들에게 사실상 동의를 강제하고 있다. 이는 청구인 3, 4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6) 위 법률조항들은 또한 청구인 5 내지 13에 대해서도 가치관에 혼란을 야기하게 하고, 이들이 종래 정상적으로 영위하던 직업 및 연구 활동이 위 법률조항에 규정된 태도와 다르다는 이유로 현실적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게 될 위험에 직면하게 하고 있는바, 이는 청구인 5 내지 13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양심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7) 또한 잔여배아의 연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은 잔여배아를 불임치료법 및 피임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1), 근이영양증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2), 그 밖에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이 정하는 연구(3)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생명윤리법의 2008. 2. 29. 개정으로 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까지도 생략되게 되었는바, 이는 잔여배아 연구범위를 백지위임함으로써 사실상 제한 없이 잔여배아 연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8) 생명윤리법 제22조 등은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으로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통하여 생성된 체세포복제배아에 대하여 연구폐기를 허용하고 있는바, 이는 무성생식에 의한 배아복제를 허용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인간개체의 복제로 악용될 우려가 있으며, 체세포 복제배아 역시 생성된 이상 인간이라 할 것임에도 이를 다른 배아와 달리 봄으로써 청구인들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3. 헌재가 판시를 위하여 참고한 관계기관의 요지

 

헌재는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법무부장관의 의견을 참고하여 판결하였는데 참고로 핵심내용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1) 보건복지부는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배아의 지위는 모체 내에 착상되어 성장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현재 청구인 1, 2는 잔여배아로서 냉동상태에 있어 향후 청구인 3, 4의 임신목적으로 이용될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청구인 3, 4가 임신에 성공하거나 사정이 바뀌어 더 이상 임신하고 싶어 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착상되지 못할 운명에 처해 있음을 전제하였다. 따라서 착상될지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에 있는 냉동상태의 배아는 착상된 배아 또는 태아 및 사람과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인 1, 2의 심판청구는 청구인능력이 흠결된 자의 청구로서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또한 인간생명의 시작이 언제부터인가에 대해서는 국내외에서 많은 논란이 계속되어 왔는데, 이에 관해 수정시’, ‘착상시’, ‘발생학적으로 원시선이 생긴 이후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바, 생명윤리법은 이러한 견해들을 논의수렴하여 그 결과를 입법화한 것임을 강조하였다.

(2) ‘교육과학기술부의 의견요지는 태아에 대하여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 되어가는 존재내지 생성 중인 인간으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에 비추어, 배아에 대해서도 바로 인간으로서의 지위는 인정되지 아니하고 인간으로서 성장할 잠재성을 가지는 인간 이전의 생명체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배아를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하기 때문이 아니라 배아와 인간은 각기 그 법적 보호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보건복지부의 의견보다 보다 구체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비롯한 기본권의 향유능력은 착상 이후의 배아에게 인정된다고 강조하였다. 초기 배아는 인간으로서 성장할 잠재성을 가지는 인간 이전의 생명체로서 생명의 단초가 되는 소중한 존재이기는 하나 기본권을 향유하는 주체라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생명윤리법 제17조 제1호 등에 의해 잔여배아의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처음부터 없다고 보았다.

(3)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는 위의 두 기관보다도 인간배아에 대하여 가장 크게 다양한 입장을 포용하며 생명권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위원회는 인간배아가 잠재적 인간존재로서의 지위를 가진다고 보았다. , 인간배아는 성장하면서 점차 도덕적 지위를 얻게 되며, 원시선이 출현하기 이전의 배아도 생명권의 존중대상인 인간의 잠재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위원회는 인간배아를 완전히 인간과 동등한 존재 내지 생명권의 주체로서 인격을 가지는 존재로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 착상 이전의 초기 배아의 경우에도 연구자에 의한 임의적 처분이 가능한 연구 또는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인간배아를 이용한 연구는 연구나 치료의 이익이 큰 경우에 한하여 법률규정을 두어 엄격한 관리 하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위원회의 일부 소수의견에 따르면 착상이전의 초기배아는 순수하게 생물학적 관점에서 세포군으로서의 본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았다. 원시선이 생기기 전인 14일 미만의 배아는 단순한 세포군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구나 실험의 객체 내지 물건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즉 배아에 대하여 완전한 인격과 생명권을 지닌 인간 개체 내지 잠재적 인간존재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동 위원회의 다른 일부 개별의견은 인간의 생명은 수정된 때로부터 시작되므로 인간배아를 완전한 인간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수정 후 성장의 연속선상에 있는 인간생명에 대해 어느 시점을 단절하여 생명권의 주체 여부를 달리 평가할 이유가 없으므로, 인간배아의 생명권은 수정시부터 인정되어야 하며 그 결과 인간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연구는 허용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르면 생명의 출발점에 대한 판단은 합의로 결정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4) 헌재가 참고한 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는 생명권에 대한 법적인 관점을 가장 명확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장관은 배아가 인간과 완전히 동등한 존재라고는 평가되지 않기 때문에 인간에게 인정되는 헌법상의 기본권(생명권 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청구인의 기본권에 대하여서도 배아의 생명침해와 청구인의 직접적인 침해는 관련성이 없다고 보았다. 잔여배아의 연구대상에 관한 입장에서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없다고 보았으며 양심의 자유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아울러 배아와 관련된 유전자 정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된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이 환자의 신상정보를 알게 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보았다. 그리고 배아의 수효에 관한 제한 및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전제와 기준, 방법 등에 대해서까지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은 불임자들의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시도를 과도하게 제약하여 이들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보았다.